이쪽인생 참 허무하다. Ssul > 익명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익명게시판

이쪽인생 참 허무하다. Ssul

익명
2024-05-11 23:39 1,150 1

본문

스물 셋 제대하고 웹상으로 알던 친구랑 종로 발 들인지가 벌써 2년 전.
그래도 나 정도면 오프나가도 좀 팔리겠지 라고 생각한거완 별개로
이쪽은 다들 화장에 깔창에 성형에.. 좀 티가나도 어느무리에 끼면 봐줄만한, 나름 괜찮은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관리라곤 하루에 물 컵에 8잔 따라마시기, 동네에 파는 싸구려 팩 가끔 붙이기인게 전부였던 내게, 종로에서의 그날은 내가 얼마나 나태했는지를 알게해줬다.
종로를 자주 찾게되었다. 비슷한대화, 중간에끊기는 연락 등 어플에 지친 내게 30분만 이동하면 나와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난 점점 미쳐가고있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항상 모임엔 표를많이받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존재했었고, 난 그저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날이후 내 삶은 온통 모임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많이 사보지도않은 옷을 사게됐고, 난생처음 BB크림을 발라봤고, 비싼 돈 주고 머리도 잘라봤다.
나도 언젠가 저 사람처럼 잘 나가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머리에 새겨지고 나서부턴, 나도모르게 이미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이쪽문화에 스며들고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이정도면 예전에 비해 괜찮은 것 같은데 아무리 옷을 잘 입고가도, 피부가 괜찮아보여도 처음나간 그 날과 별반 다르지않았다..
어김없이 쉬는시간에 ㄷㅂ를 피고있었는데, 옆에서 다른 무리들이 하는 소릴 들었다. "그 내 앞에 왼쪽 그 형은 어케 매주 나오냐? 그러고도 안팔리는거보면 참 징해.ㅡ"
뭐라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큰 상처였다. 모임 내내 가슴이 두근대고 굳은 표정은 나아지질 않았다.
이 기분에 2차를 간다는 건 날 두번 죽이는 일이라 생각했다.
"000성형외과입니다." 전화를 걸었다. 예약을했고, 가장빠른시간이 언제냐 물었다.
오래되지않아, 상담을하고 피검사를하고 수술을 했다.
수술을 마치고 올라탄 차에서 생각했다. "이제 모두끝났어..나도 다시 태어나는거야"
난 그 당시에도 남들의 시선에 어쩌다 신경을쓰게된건지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나에겐 관심을 받고싶은 더러운욕망이 더 컸으니까..

그렇게 난 종로를 다시찾았다.
매 주 가던 모임을 두달만에 가니 심장의 떨림은 요동으로 바뀌어가고있었다.
붓기가 다 사그라들었을 때라고 생각했는데, 방장은 알아보는거보니 짬밥은 무시할 수 없나보다.
약속시간이 됐고 사람들은 입장했다. 그리고 난 그날 처음으로 모임에서 본 낯선남자와 밤을 같이보내게됐다. 지갑에 꾸역꾸역 받은 세개의 표를 넣어둔채..

그렇게 또다시 매주 종로를 찾다보니, 모임 인원 20명 중 10명은 얼굴을 본 사이였고, 더이상 모임을 기다리는 시간이 기대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 나에게 친절했다. 친구가되자했고, 번호를 물어봤고, 내가조금 느려도, 짖궃어도 넘어가줬다.

난 더이상 차가운 눈초리를 받지않았고, 내 얘긴 좋은얘기밖에 없었다.

어느순간 내 맘에안들거나 못생긴 사람들은 밀쳐내게 되었다. 그런 내가 너무 싫어졌다... 그저그런 평범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연애가하고싶어졌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과 난 다르다고 자1위할 수 있으니까..

 

종로가아닌 동네에서 열리는 조촐한 모임을 갔다.
처음부터 그 남자가 눈에들어왔다. 너무나도 완벽한 내 스타일이었고, 그동안 자신감이 쌓여온 난 능숙하게 그에게 들이댔다.
즐거운 분위기속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첫차가 뜰 시간에 난 물었다. "너무 제 이상형인데 혹시 연락처 좀 알려줄래요?" 그간 소심했던 나에게 그 발언은 큰 용기였고 도전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받아 줄 거라고 생각했다. 난 옛날의 못생겼단 내가 아니니깐

"미안해요 ~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란 말과함께 그는 차에 탑승했다. 그날과 같았다. 터덜터덜 집에 걸어가는 내 머리속에 또다른 내가 잡아먹듯 묻는 것 같았다.. 대체 그동안 뭔짓을 한거냐고 후회스러움이 물밀듯 쏟아졌다.

예전의 조심스러움은 더이상 나에게 남아있지 않았었다. 술을 많이마셨으니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겠다던가..숙취해소 음료따위를 사다주며 괜찮냐고 묻는다던가..그제서야 깨닳았다. 난 이미 그들과 똑같다고..그들보다 더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잠들기 전인 지금도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 날 친구와함께 종로를 가지않았더라면.. 한번만 구경하고 가지 않았더라면.. 그날 ㄷㅂ를 피지않았더라면..
껍데기뿐인 외모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벗겨질까봐 겁내는 쓰레기같은 내인생..
가끔씩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던 아무개의 대답을 하루종일 기다리던 그때가 차라리 순수하고 좋았다는걸 이 밤 절실히 느낀다.
안녕하세요 란 쪽지를 보내고 상대방이 읽을까 기다리던 그때가 그립다.

나와같은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또 앞으로 겪을지도 모르는 게이들이 있을까봐 푸념좀했다. 세줄요약은 미안 욕해도 받아들인다. ^오^

댓글목록1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96808
2024-05-12 00:02
외모가 문제가 아님 자존감이 문제임
물론 외모라는 1차관문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이사람의 매력은 자존이거 나오거든

댓글쓰기

추천상품

Powered by 쿠팡

전체 1,536 건 - 1 페이지
번호
제목
560
2024-04-08
295
2024-06-28
1,534
2024-06-28
322
322
2024-06-28
528
2024-06-28
603
2024-06-22
761
2024-06-19
3,458
2024-06-10
710
2024-06-09
1,310
2024-06-05
2,759
2024-05-30
1,953
2024-05-29
2,126
2024-05-28
2,221
2024-05-28
1,111
2024-05-28
704
2024-05-27
902
2024-05-27
705
2024-05-27
1,243
2024-05-26
585
2024-05-26
841
2024-05-23
1,516
2024-05-21
1,988
1,988
2024-05-21
1,599
2024-05-21
2,392
2024-05-21
500
2024-05-20
375
2024-05-20
1,511
2024-05-19
554
554
2024-05-19
864
2024-05-19
382
2024-05-19
510
2024-05-19
346
2024-05-18
1,128
2024-05-18
938
2024-05-18
587
2024-05-18
1,122
2024-05-18
548
2024-05-17
806
2024-05-17
969
2024-05-17
972
2024-05-17
1,107
2024-05-17
1,497
2024-05-16
1,050
1,050
2024-05-16
798
2024-05-16
730
2024-05-16
2,007
2024-05-16
497
2024-05-15
1,212
2024-05-15
2,291
2024-05-15
646
2024-05-15
1,190
2024-05-15
732
2024-05-15
748
2024-05-15
793
2024-05-15
503
2024-05-15
1,141
2024-05-15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