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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우울증 찜순이.txt

익명
2023-11-30 10:21 15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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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 지폐 한 장을 건네고, 거스름돈과 열쇠, 수건을 받는다. 회색 커튼을 젖히면 음울한 주황색 불빛이 인상적인 탈의실로 곧장 통하게 되는데, 시큼털털한 냄새로 들어찬 이곳에서 옷을 벗고, 더욱 안으로 들어간다. 화장실 쪽에 마련된 작은 샤워부스들 중 한 곳으로 들어가 몸을 씻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한다. 바깥으로 나와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리면 그제야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그곳의 구조는 마치 소용돌이 같다. 빙 돌아가는 복도마다 커튼이 쳐져 있는 방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방들은 모두 조명하나 없어 어두침침하다. 허리춤에 수건 하나 걸친 것을 제외하고는 실오라기 하나 입고 있지 않은 남자들이 이 음울한 푸른 복도를 거닐며 하룻밤을 함께 보낼 다른 남자를 물색한다. 손에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핸드폰 조명, 그리고 싸구려 콘돔과 젤.



‘방’은 창문 하나 없는 어두운 공간이다. 방의 크기에 따라 적당히 깔려져 있는 갈색 매트리스 위로 간택받길 기다리는 남자들이 누워 있다. 이미 재미를 보고 있는 하루살이 커플이 있다면, 구경꾼들이 있기도 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신음을 뱉는 남자들의 모습을 전채 삼아 관람하거나, 자신에게 떨어질 떡고물이 없나 바라며 눈치를 보는 하이에나들, 아니면 단순한 관음증 환자. 종류도 여럿이다.



나 또한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안경을 벗고, 핸드폰은 멀찍이 두고, 심호흡을 한 뒤, 눈을 감는다. 오래 지나지 않아 느껴지는 인기척들, 동시에 감겨진 눈꺼풀 위로 느껴지는 번쩍이는 불빛들. 이번에 막 새로 들어온 상품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지 품평하는 남자들의 모습이다. 정육점에 진열된 고기들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라는 우스운 생각이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마음에 드는 고깃덩이가 있으면, 몸을 수그리고 신호를 보낸다. 몸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대개는 젖꼭지나 성기를 건드리지만, 대담한 사람이면 손 대신 혀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위 ‘너와 떡을 치고 싶다’의 신호를 감지한 고깃덩이는 눈을 떠, 자신을 깨운 사람을 쳐다본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그대로 속전속결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개를 가로젓고 다시 눈을 감는다. 짝짓기에 실패한 남자는 설움을 속으로 삼킨 뒤, 몸을 일으켜 다시 복도를 향해 나아간다.



나는 이러한 과정이 썩 마음에 들었다. 마치 자존감 지수를 점수로 하는, 일종의 놀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옆 사람보다 선택을 많이 받으면 자존감이 상승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간 것 같은데 정작 선택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면 자존감이 하락하는 놀이. 어느 쪽이든 기분은 좋았다. 전자의 경우에는 누군가가 나를 성적 매력을 가진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고, 후자의 경우는 나락으로 떨어진 자존감을 회생할 수 없도록 아예 짓밟아 뭉개버리는 자기 파괴적 행위에서 기묘한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긴 하다만. 마지막으로 몸을 섞기로 결정한 남자의 입에서 나에 대한 칭찬이 쏟아져 나오면 그러한 우울감도 곧잘 회복되곤 했다.

댓글목록1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79640
2023-11-30 10:29
언니 솜씨가 보통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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